장화홍련 입은 K-호러, 전미 베스트셀러 등극
한국계 미국 작가 윤지현이 자신의 첫 장편소설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를 통해 상실의 고통과 죽음을 대하는 한국적 태도를 심도 있게 조명했다. 16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작가는 한국의 제사 문화를 언급하며, 죽음을 삶의 언저리에 두려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가 오히려 남겨진 이들에게 깊은 위안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미국 현지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데 이어 전 세계 11개국 언어로 번역될 만큼 출간 직후부터 문단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작가는 최근 영미권 독자들이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명확하게 드러내는 한국 문학 특유의 ‘직설적 표현법’을 꼽았다. 서구 문학이 감정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한국적인 서사는 이른바 ‘오글거리는’ 감정의 밑바닥까지 가감 없이 파고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의 직접성이 미국 독자들에게는 기존 문학에서 느껴보지 못한 신선한 충격이자 매력으로 다가갔다는 것이 작가의 분석이다.

소설의 서사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설화 ‘장화홍련’과 물귀신 전설을 토대로 구축됐다. 2002년 개봉한 영화 ‘장화, 홍련’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는 윤 작가는 20년의 세월을 거쳐 이를 자신만의 호러 장르로 승화시켰다. 해안가 마을 ‘제이드 에이커’를 배경으로 익사한 언니를 금기된 마법으로 되살려낸 동동생 수진의 이야기는, 사랑했던 존재가 낯설고 위협적인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죽음 이후의 부활이 과연 동일한 존재의 귀환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집필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아픔이 투영되어 있다.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멈추고 개인이 고립되었던 시기에 작가는 각자가 슬픔을 마주하는 방식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초고 단계에서는 순수한 가족 서사였던 작품이 집필 과정에서 호러 장르로 변모한 이유에 대해,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이 변해가는 모습에서 느끼는 내면적 공포가 그 어떤 장르적 장치보다 강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소설은 전통 설화의 차용을 넘어 여성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사회적 관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다. 장화홍련 설화 속에 내재된 여성 억압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가부장적 질서 아래 소모되는 여성들의 삶을 호러라는 장르적 틀 안에서 효과적으로 고발한다. 이는 비서구권 설화에 목말라 있던 해외 독자들에게 단순한 공포 이상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윤지현 작가는 한국의 제사 문화가 죽음과 탄생을 유사한 방식으로 축하한다는 점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죽은 자를 잊지 않고 주기적으로 불러내어 음식을 나누는 행위는 죽음을 단절이 아닌 지속으로 받아들이는 한국만의 독특한 철학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비서구권 설화와 정서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확고한 문학적 트렌드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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