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안무가, '안무가'이길 거부하다
스스로를 '안무가'가 아닌 '꿈꾸는 사람(Dreamer)'이라 칭하는 세계적인 창작자 샤론 에얄이 서울을 찾았다. 창단 3년 차를 맞은 서울시발레단의 2026년 시즌 개막작 중 하나인 '재키(Jakie)'의 한국 초연을 위해서다. 그녀는 특정 메시지나 서사를 전달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감각과 삶에서 비롯된 영감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신의 방식이라고 밝혔다.'재키'는 고전 발레의 정제된 형식미 위에 강렬한 테크노 비트를 얹은 파격적인 작품이다. 특히 무용수들은 피부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살구색의 밀착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이는 무용수의 신체 자체를 가장 아름다운 요소로 여기는 에얄의 철학이 담긴 선택으로, 근육의 미세한 떨림과 땀방울,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관객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그녀의 작업 방식 또한 관습을 벗어난다. 머리로 동작을 구상하는 대신, 직접 춤을 추며 즉흥적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무용수들은 그녀의 몸짓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느린 화면으로 분석하며 복잡하고 섬세한 디테일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에얄은 한국 무용수들의 엄격한 훈련과 형태에 대한 존중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그들의 기술적 기반 위에 감정적 자유를 끌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운 도전이었다고 평가했다.
에얄은 현대 사회에 춤이 필요한 이유로 '연결'과 '자유'를 꼽았다. 언어보다 신체의 움직임이 훨씬 더 강력한 소통의 힘을 가지며, 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더 나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의 정세 속에서, 예술만이 줄 수 있는 사랑과 평화의 가치를 춤을 통해 나누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공연은 '더블 빌' 형식으로, 순수한 환희와 기쁨을 노래하는 요한 잉거의 '블리스(Bliss)'와 본능적인 열망과 투쟁을 그려내는 샤론 에얄의 '재키'가 한 무대에서 연이어 공연된다. 극과 극의 성격을 지닌 두 작품의 충돌은 관객들에게 컨템퍼러리 발레가 보여줄 수 있는 표현의 양극단을 체험하게 할 것이다.
세계적인 거장과의 협업을 통해 서울시발레단이 어떤 예술적 시너지를 폭발시킬지 무용계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차가움과 뜨거움을 오가는 두 작품의 강렬한 대비는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전망이다. 공연은 3월 14일부터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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