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만 정보 유출에도... 쿠팡 이용자 '사상 최대' 회복
지난해 11월, 대한민국을 뒤흔든 3,370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전국민의 3분의 2에 달하는 정보가 털렸다는 소식에 여론은 들끓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쿠팡 탈퇴를 인증하는 이른바 '탈팡' 운동이 불처럼 번졌고, 김범석 의장의 국정감사 불출석 논란까지 겹치며 쿠팡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딱 석 달이 지난 지금, 숫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분노는 식었고, 편리함은 이겼다.지난 9일 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일 쿠팡 앱의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1,690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연말 쇼핑 특수 기간을 제외하면 집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 24일, 1,472만 명까지 곤두박질쳤던 이용자 수는 불과 3개월 만에 'V자 반등'에 성공하며 제자리를 찾았다. 아니,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이 기이한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대체 불가능한 편의성'이 만든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꼽는다. 이미 로켓배송과 새벽배송 등 쿠팡의 물류 시스템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불매 운동을 지속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은 카드 이용 지표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B국민카드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쿠팡 제휴카드인 '쿠팡 와우카드'의 해지 건수는 정보 유출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 4만 4,565건으로 전월 대비 4.8배나 급증했다. 수치만 보면 '탈팡'이 현실화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면에는 반전이 숨어 있었다. 같은 기간 해당 카드의 재발급 건수는 6만 78건으로, 전월 대비 무려 7배 이상 폭증했다. 해지 건수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는 소비자들이 쿠팡을 떠나기 위해 카드를 자른 것이 아니라,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존 카드를 폐기하고 '새 카드'를 발급받아 쿠팡을 계속 이용했음을 시사한다. 즉, 보안은 걱정되지만 쿠팡은 끊을 수 없는 소비자의 이중적인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이 실제 금전적 피해인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이 이를 심각한 위협보다는 '지나가는 소나기' 정도로 인식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육아용품을 급하게 주문해야 하는 부모나, 장볼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가구에게 쿠팡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닌 생활 필수 인프라"라며 "이미 생활 패턴이 플랫폼에 종속된 상황에서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지위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개인정보 관리 소홀이라는 치명적인 과오조차 '압도적인 편의성' 앞에서는 면죄부가 되는 현실. 소비자는 분노하면서도 결제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는 '쿠팡 공화국'의 단면이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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