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위기가 외교 문제로, 쿠팡 사태의 나비효과
쿠팡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기업 차원의 위기를 넘어 한미 간의 지정학적 갈등 요인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을 차기 미국 행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압박으로 해석할 경우, 통상 분야에서 한국이 심각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출신 전문가는 최근 미국 내에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자국 기업에 불리하고 미국 기업을 불공정하게 겨냥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팡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미국 기업 표적'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경우, 이는 통상 보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재등장할 경우 이러한 위험은 더욱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이행이 더디다고 판단하면 관세 인상 등 강경 조치를 주저하지 않는 성향을 보여왔다. 쿠팡 사태가 미 의회 청문회 등을 통해 공론화되고, 이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결론 내린다면, 무역 및 관세 분야에서 한국에 직접적인 비용을 청구하는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압박은 비단 통상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NDS)은 동맹국의 '부담 분담'을 핵심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그 중심에 한국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는 한국이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북 억제에 대한 주도적인 책임을 져야 하며, 미국의 역할은 지금보다 제한적인 수준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결국 미국은 동맹국이 스스로를 방어할 역량을 갖추기를 원하며, 자국은 '최후의 안전판' 역할에 머무르겠다는 전략적 방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는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의 규모와 역할을 포함한 전반적인 군사 태세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쿠팡 사태를 둘러싼 통상 마찰 가능성과 국방 분야의 부담 분담 요구는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지만, 동맹국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미국의 큰 정책적 흐름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유사시 한국이 최전선에 서야 한다는 미국의 전략적 구상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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