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2만명, SK 8500명…대기업 채용문이 열렸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오히려 대규모 인재 수혈에 나서며 채용 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경기 침체와 AI 전환이라는 격변기 속에서 움츠러들었던 기업들이, AI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핵심 동력은 결국 '사람'이라는 판단 아래 인재 확보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이러한 흐름은 AI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IT 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네이버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자사 서비스 전반에 녹여내는 전략을 가속하며, 매년 세 자릿수 규모의 신입 공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AI가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도구일 뿐, 창의적인 서비스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철학이 반영된 행보다.

카카오 역시 창사 이래 처음으로 그룹사 전체 직군을 아우르는 신입 공채를 마치며 AI 시대 대비에 나섰다. 특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신입사원 교육 현장에 나타나 "AI 시대는 위기이자 기회"라며, 변화의 본질을 꿰뚫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인간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인재의 가치를 역설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하는 게임업계 역시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펄어비스, 엔씨소프트, 넥슨 등 주요 게임사들은 NPC 설계나 버그 탐지 같은 반복 작업에 AI를 활용하면서도, 신규 프로젝트 개발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개발 및 현지화 인력 채용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I와의 협업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창작물을 만들어낼 인재를 찾는 것이다.

이러한 현장 분위기는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OECD와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국내 기업의 95.5%가 고용 규모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인력이 늘었다고 답했다. AI가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제한적인 셈이다. AI 전환 과정에서 기존 인력을 해고하기보다는 새로운 역할에 재배치하는 움직임이 보편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채용 확대의 훈풍은 IT 업계를 넘어 주요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삼성, SK, LG 등 국내 10대 그룹은 올해 5만 명 이상을 고용할 계획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을 신입사원으로 채울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채용을 더 늘릴 여력이 생겼다고 밝히는 등,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인재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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