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이라는 중대한 갈림길에서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과 러시아 간의 정상회담에 돌연 제동이 걸렸다. 현지시간 20일, 복수의 외신은 양국 정상회담의 사전 준비 단계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동이 연기되었다고 보도하며, 정상회담 자체가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불과 며칠 전 두 정상이 직접 통화로 합의하며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평화 논의가 시작도 전에 암초를 만난 셈이다.

 

이번 회동 연기의 핵심적인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종전 해법을 둘러싼 양국의 근본적인 시각차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악관 소식통에 따르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이루어진 두 외교 수장의 통화 이후 미국 측은 러시아가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충분히 물러서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가 의미 있는 협상을 위한 유연성을 보이지 않는 한, 정상이 직접 만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건설적인 논의'가 오갔다는 러시아 외무부의 발표와는 달리, 물밑에서는 종전의 조건과 방식에 대한 팽팽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러시아 측은 공식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사안의 중대성이 큰 만큼, 외무장관 회담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질적으로는 양측이 서로에게 더 많은 양보를 압박하며 벌이는 샅바 싸움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정상회담에서도 구체적인 종전 해법에 합의하지 못하고 돌아섰던 전례가 있는 만큼, 양측 모두 빈손으로 끝날 회담을 섣불리 추진하기보다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주 내로 부다페스트에서 만나 '영광스럽지 못한' 전쟁을 끝낼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친 지 불과 나흘 만에 정상회담의 동력은 급격히 식어버렸다. 희망 섞인 기대감은 다시 불확실성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번 외교장관 회담 연기가 단순히 숨 고르기를 위한 일시적인 후퇴일지, 아니면 좁히기 힘든 입장 차이만 재확인한 채 외교적 해법 모색 자체가 장기 표류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일지, 전 세계의 이목이 다시금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다음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