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스캠부터 리딩방까지…'종합 사기 선물세트' 같았던 캄보디아 콜센터의 실체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대규모 피싱 사기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국내에 송환되면서 경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찰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피의자 64명 중 5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검찰은 이 중 1명을 제외한 58명의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9월 사이 캄보디아 당국이 현지 피싱 콜센터를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과정에서 검거된 한국인들이다. 경찰은 이들이 송환되자마자 충남청과 경기북부청을 집중 수사 관서로 지정하고, 국내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대규모 송환과 신병 확보는 그간 해외에 숨어 수사망을 피해왔던 피싱 범죄 조직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수사 과정에서 이들 중 일부가 "조직원들에게 감금과 폭행을 당하며 강압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음성 파일까지 확보해 단순한 범죄 가담자를 넘어, 조직 내부의 인권유린과 폭력 실태에 대한 수사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범죄 조직에 발을 들였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된 것은 아닌지 그 진위를 가리기 위해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마약 투약 가능성도 열어두고 송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벌이고 있으나, 현재까지 진행된 간이 시약 검사에서는 전원 '음성' 반응이 나왔다. 이는 피싱 범죄 조직이 단순 사기를 넘어 감금, 폭행, 마약 등 강력 범죄와 복잡하게 얽혀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에 송환된 64명은 전국 6개 지방청 및 경찰서로 나뉘어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들의 범죄 혐의는 로맨스스캠, 리딩방 사기, 보이스피싱, 투자 및 상품권 사기 등 그야말로 '종합 사기 세트'를 방불케 한다. 가장 규모가 큰 충남경찰청은 리딩방 및 보이스피싱 혐의로 45명 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해 검찰 역시 이를 모두 청구했다. 경기북부경찰청 역시 로맨스스캠 사건을 맡아 피의자 15명 중 11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 대전, 강원 등 각지 경찰서에서 관련 사건들을 맡아 퍼즐 조각을 맞추듯 이들 조직의 전체적인 범죄 네트워크를 재구성하고 있다.

 

경찰은 단순히 송환된 피의자들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범죄 조직의 뿌리를 뽑겠다는 각오다. 향후 이들의 구체적인 출입국 경위부터 시작해 캄보디아 현지 '스캠 단지'의 실태, 조직의 지휘 체계와 인력 공급 및 알선망까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감금 및 납치 피해를 주장하는 조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해외 공범과 국내 연계 조직까지 추적해 일망타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갈수록 교묘해지고 잔혹해지는 해외 거점 피싱 범죄에 대한 종합적인 예방 및 검거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