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에 초등학생 9명을 태우고 목적지와 다른 경로로 운행한 70대 사설 통학차량 기사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며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에 학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으며, 사설 통학차량 관리의 허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19일 아동학대 혐의로 70대 운전기사 A씨를 불구속 입건하여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16일 오전 8시경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발생했다. A씨는 이곳에서 초등학생 9명을 태운 뒤 목적지인 초등학교 대신 평소와 다른 길로 차량을 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에 탑승했던 초등학생들은 통학차량이 학교가 아닌 낯선 길로 향하자 불안감을 느끼고 곧바로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아이들의 다급한 연락을 받은 학부모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신속하게 출동하여 동래구 안락동에서 해당 차량을 발견, 운행을 중단시켰다. 다행히 아이들은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일부 학생들은 현재 병원에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당시 궂은 날씨로 인해 길을 착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이 사설 통학차량을 운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목적지와 다른 경로로 운행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으며, 고의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단순한 길 착오였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에 따라 아동학대 혐의 적용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사설 통학차량의 안전 관리 실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식 학교 통학버스나 학원 차량의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운전자 자격, 차량 점검, 운행 경로 등에 대한 비교적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사설 통학차량은 그 규제 범위가 모호하거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아, 이번처럼 운전자의 돌발 행동이나 안전 불감증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믿고 맡겼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너무나 충격적이다", "사설 차량이라도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설 통학차량 운전자에 대한 자격 요건 강화, 정기적인 안전 교육 의무화, 운행 경로 이탈 시 즉각적인 알림 시스템 도입 등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히고, 관련 법규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동시에 이번 사건이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