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도 못 보고 첫눈이라니… 대한민국, 때아닌 '겨울왕국' 됐다

 계절의 변화가 무색할 만큼 급작스러운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다. 채 붉게 물들지 못한 단풍잎 위로 겨울의 냉기가 내려앉으며, 10월 하순의 가을은 실종된 듯하다. 지난 19일 대비 5도에서 10도까지 곤두박질친 기온은 전국을 올가을 최저 기온으로 밀어 넣었다. 서울 은평구는 3도, 경기 과천은 1.4도까지 떨어지며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추위에 몸을 움츠렸다. 체감온도는 이보다 더 낮아,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영하의 날씨를 기록하며 계절의 시계가 두 달은 앞서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강원도 설악산의 상황은 더욱 극적이다. 단풍이 채 절정에 이르기도 전에 영하 1.3도의 기온이 맹위를 떨쳤고, 대청봉을 비롯한 고지대에는 올가을 첫눈이 관측되었다. 중청대피소에는 약 1cm의 눈이 쌓여,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기이한 풍경을 연출했다. 이는 작년보다는 하루 늦고 재작년보다는 하루 빠른 기록이지만, 중요한 것은 시점이 아니라 가을의 한복판에 겨울이 들이닥쳤다는 사실 그 자체다. 시민들은 두꺼운 외투와 담요로 몸을 감쌌지만, 살을 에는 듯한 바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러한 이례적인 추위의 원인은 한반도 주변의 기압계가 급격하게 재편되었기 때문이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늦더위와 가을장마를 몰고 왔던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이례적으로 세력을 유지했으나, 주말을 기점으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겨울철의 전령사인 북쪽의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며 한반도 상공으로 거침없이 밀려 내려왔고, 이는 기온의 수직 하강으로 이어졌다. 가을장마가 끝나자마자 찾아온 것은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 아닌, 혹독한 겨울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기상청은 당분간 평년보다 2도에서 7도 낮은 기온이 이어질 것이며, 강한 바람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더욱 낮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번 주말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쌀쌀한 날씨가 계속될 전망이다. 가을을 건너뛴 듯한 급격한 기온 변화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갑작스러운 추위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각별한 주의와 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