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폭염, 올여름 4460명 쓰러졌다…가장 위험했던 '그날'의 기록

 1973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된 2025년, 폭염의 기세만큼이나 온열질환자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올여름 무더위로 인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무려 4,460명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억되는 2018년의 4,52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이며,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20.4%나 급증한 충격적인 결과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두통, 어지러움, 근육 경련 등을 시작으로 심하면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온열질환의 공포가 올여름 대한민국을 덮쳤다.

 

올여름 더위는 그야말로 기록적이었다. 6월부터 8월까지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를 기록하며 지난해를 넘어 역대 1위에 올랐다. 살인적인 더위는 고스란히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특히 폭염이 절정에 달했던 7월 하순, 단 열흘 남짓한 기간에 전체 환자의 29.0%가 발생했으며, 사망자 역시 이 시기에 집중(34.5%)되었다. 당시 평균 최고기온은 33.9도로, 그야말로 찜통더위가 전국을 마비시켰다. 가장 위험했던 날은 7월 8일로, 이날 하루에만 무려 259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응급실을 가득 메웠다. 이날 전국의 평균 최고기온은 34.1도에 달했다.

 


이번 폭염은 특정 연령대에 더욱 가혹했다. 전체 온열질환자 중 50대가 19.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60대가 18.7%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30대 역시 13.6%로 적지 않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65세 이상 노년층의 비율이 전체 환자의 30.1%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폭염에 대한 사회적 취약계층의 위험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신체 기능이 저하된 노년층에게 올여름 폭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재난이었던 셈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겪은 온열질환은 '열탈진'으로, 전체의 62.0%를 차지했다. 흔히 '더위 먹었다'고 표현하는 증상이지만, 방치할 경우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뒤이어 의식 저하 등을 동반하며 치명률이 높은 '열사병'이 15.0%,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 '열경련'이 13.7% 순이었다. 다행히 총사망자 수는 29명으로 전년(34명)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역대급 더위 속에서 4천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적인 위협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