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모 10명 중 6명 이상이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낳는 시대가 되었다. 보건복지부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시행된 제왕절개 수술은 약 14만 6천 건에 달하며, 이는 전체 분만 건수의 64%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과거에 비해 높아진 산모의 비만율,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는 사회적 추세, 그리고 응급 상황에 대비하고 분만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산부인과적 기준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제왕절개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운 분만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보편화된 수술법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2025년 마취학 연례 회의'에서 발표된 한 연구는 제왕절개 수술이 산모의 삶의 질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제시하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이 40명 이상의 산모를 대상으로 출산 후 겪는 통증의 강도를 조사한 결과,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산모 그룹에서는 무려 3분의 2 이상이 일상적인 활동이나 수면을 심각하게 방해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겪는다고 답했다. 반면, 자연분만을 통해 출산한 산모 그룹에서는 동일한 수준의 심한 통증을 느꼈다고 응답한 비율이 단 8%에 불과해, 두 그룹 간에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수술로 인한 상처와 회복 과정이 산모에게 상당한 육체적 고통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제왕절개 수술의 후유증은 단기적인 통증에만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수면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출산한 150만 명 이상의 방대한 산모 보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산모는 출산 후 1년 이내에 불면증, 수면 부족, 수면 무호흡증과 같은 의학적 수면 장애 진단을 받을 확률이 자연분만 산모에 비해 16%나 더 높았다. 이는 단순히 신생아를 돌보느라 잠을 설치는 일반적인 육아의 어려움을 넘어, 수술 자체가 산모의 수면 메커니즘에 지속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충격적인 결과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산모들의 적극적인 대처와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출산 이후에도 수면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이를 단순히 육아의 고충으로만 여기지 말고 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의료적 처방과 더불어 산모 스스로가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활 습관을 갖추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아기가 잠드는 시간에 맞춰 쪽잠을 자는 습관을 들이며, 수면을 방해하는 늦은 시간의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잠들기 전 심호흡과 같은 이완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것 또한 숙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