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살림 밑천'... 장녀의 충격적 고백 담긴 소설, 문학상 대상 거머쥐다

 이효석문학재단은 제26회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이희주 작가의 '사과와 링고'를 선정했다고 4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수상으로 이희주 작가는 50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대상 수상작 '사과와 링고'는 가족 내에서 '살림 밑천'이라는 무거운 부담을 태어날 때부터 짊어진 장녀 사라와, 그와 대조적으로 변변한 직업도 경제관념도 갖추지 못한 동생 사야 자매의 복잡한 관계를 그린 소설이다. 두 자매 사이의 애증과 불화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이 마주하는 가족 내 역할과 갈등을 예리하게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 대해 "가족관계 내에서 장녀라는 위치가 갖는 의미와 현대 젊은 여성들의 삶과 감성을 탁월하게 담아낸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특히 자매 간의 미묘한 감정선과 갈등 구조를 통해 현대 가족 관계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상 소감을 통해 이희주 작가는 "데뷔 후 오랜 시간 고독하게 글을 쓴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고립된 마음 옆에 작은 점이 하나 찍혔고, 또 찍혔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게 됐다. 이 연결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유로워지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는 작가로서의 고독한 여정과 독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얻게 된 위안과 새로운 도전 의지를 담은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효석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9월 13일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이효석문학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문학상은 '메밀꽃 필 무렵' 등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작을 남긴 가산 이효석(1907~1942)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0년에 제정되었다.

 

올해 심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본심에 진출한 소설가 김경욱, 김남숙, 김혜진, 이미상, 함윤이 등 5명에게도 각각 5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우수작품상이 수여된다.

 

이희주 작가는 2016년 장편소설 『환상통』으로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장편소설 『성소년』(2021), 『나의 천사』(2024), 연작소설 『사랑의 세계』(2021)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며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았고, 올해에는 젊은작가상까지 수상하며 한국 문단의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희주 작가는 아이돌 팬덤 문화와 그 안에 내재된 열성적인 사랑, 아름다움의 이면에 숨겨진 폭력성과 욕망을 예리하게 탐구하는 독특한 작품 세계로 독자들과 평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이효석문학상 수상으로 그의 문학적 성취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