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10년 가까이 폐차에서 홀로 생활해 온 50대 남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다. 제주시의 끈질긴 노력 끝에 이 남성은 마침내 사회의 품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

 

30일 제주시는 약 10년간 삼양동 해수욕장 인근 주차장에 방치된 승용차에서 생활해온 50대 A씨에게 통합사례관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A씨의 존재는 2018년 주민 신고로 파악되었으며, 제주시를 비롯한 삼양동주민센터, 경찰, 희망나눔종합지원센터 등 유관기관들은 지난 8년간 그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A씨는 외부의 모든 도움을 완강히 거부했다. 한겨울 추위와 한여름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차량 내부에 스티로폼으로 만든 침대에서 생활했다. 초기에는 "여자친구를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를 댔지만, 이후에는 별다른 이유 없이 차량 생활을 고집했다. 그가 살던 승용차는 타이어가 펑크 나고 차체가 심하게 부식되어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차량 내부는 악취가 진동할 정도로 열악했다. 제주시 관계자들은 매달 4차례 부식을 전달하며 A씨의 생계를 지원했지만, 2023년과 올해 5월의 적극적인 개입 시도 역시 거부당했다.

 

장기간의 폐차 생활은 A씨의 건강을 심각하게 악화시켰고, 정서적으로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6월, A씨가 마침내 지원에 동의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제주시 통합사례관리팀은 신속하게 움직여 주민등록 재등록, 거주지 및 기초생활보장 신청, 전입신고, 폐차 말소 등을 지원하고 도시락을 연계했다.

 

현재 A씨는 제주시내 한 숙박업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제주시는 향후 임대주택 지원까지 검토 중이다. 또한, 의료 지원을 통해 A씨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이후에는 일자리도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A씨가 생활하던 주차장 인근에서 또 다른 차량 거주자 B씨도 확인됐다. B씨는 거주지가 있었음에도 정서적 불안감으로 차량에서 생활해왔으나, 제주시의 설득으로 무사히 주거지로 돌아갔다.

 

한명미 제주시 주민복지과장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1인 가구의 고독사를 예방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례는 사회의 숨겨진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