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음악 시장에서 노래가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는 시간이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과거 3분짜리 완성된 곡이 필요했다면, 숏폼 시대에는 단 5초와 한 동작만으로도 곡의 운명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최근 하츠투하츠의 '스타일'과 피프티피프티의 '푸키'가 이러한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하츠투하츠 멤버 이안은 '스타일'에서 "같이 걷자 난 다 궁금해"라는 구절을 부른 후 귀엽게 골반을 통통 튀기는 안무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는 그가 데뷔곡 '더 체이스'에서도 선보였던 '크롭 파트'의 연장선이다. '크롭 파트'란 틱톡, 인스타 릴스, 유튜브 숏츠 같은 숏폼 플랫폼에 올리기 적합하게 잘라낸 짧은 하이라이트 구간을 의미한다.

 

'더 체이스' 챌린지는 중국의 숏폼 플랫폼 '도우인'에서 먼저 유행했다. 중국 팬들이 '베이스 다운 로우' 음원에 맞춰 이안의 골반 안무 챌린지를 시작했고, 이 영상이 국내로 유입되며 '이안 행진곡'이라는 이름으로 화제를 모았다. '스타일'에서는 이안 본인이 직접 챌린지를 만들었는데, 골반을 리드미컬하게 흔들며 손가락을 깨무는 그의 5초짜리 영상이 틱톡에서 약 1000만 번 재생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제2의 이안 챌린지'로 불리며 다양한 SNS 플랫폼에서 수백만 개의 게시물이 생성됐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스타일'은 국내 음원차트에서 놀라운 역주행을 보여주고 있다. 발매 한 달이 넘은 시점인 27일 기준 멜론 일간차트 35위, 벅스 일간차트 21위, 유튜브 주간 인기곡 27위에 오르는 등 최고 성적을 기록 중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이안 챌린지는 시각·청각적으로 모두 중독성이 높다. 동작이 단순하지만 캐릭터성 있고, 멜로디와 리듬이 강하게 결합돼 있어 사용자들의 모방 욕구를 자극한다"고 분석했다.

 

피프티피프티의 '푸키'도 유사한 현상을 경험했다. 지난 4월 발매된 이 곡은 멤버 문샤넬이 장난처럼 시작한 '남돌버전 푸키' 영상이 예상 밖의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게 됐다. 남자 아이돌 특유의 입꼬리와 섬세한 강약 조절이 돋보이는 이 챌린지는 원곡을 뛰어넘는 중독성으로 피프티피프티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차트 밖이던 '푸키'는 지난달 멜론 '톱100' 차트에 재진입해 27일 기준 40위를 기록 중이며, 벅스 실시간 차트에서는 13위까지 올라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소속사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는 "중소기획사 아이돌 그룹이 멜론 '톱100' 순위권에 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보이그룹 버전 챌린지 영상 덕분에 '푸키'가 많은 분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안과 문샤넬의 사례는 단순한 안무 콘텐츠를 넘어 '숏폼-음원 소비'의 직접적인 연결 구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팬덤 외부의 일반 크리에이터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곡의 생명력이 연장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제 K팝의 경쟁력은 음악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얼마나 짧고 강렬한 순간으로 대중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