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주 4.5일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영국에서 진행된 주 4일제 실험에서 기업 수익성 향상 효과가 확인돼 주목받고 있다.

 

CNN이 이달 3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영국의 시민운동단체 '주4일제 재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6개월간 17개 기업, 100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 직원들은 기존 급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무일수만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업무량도 동일하게 유지했다.

 

실험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참여 기업 중 런던 소재 소프트웨어 기업 브랜드파이프는 실험 기간 동안 매출이 무려 130%나 급증하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제프 슬로터 브랜드파이프 CEO는 "이번 실험은 우리 회사에 엄청난 성공이었다"며 "주 4일 근무는 기업이 시도해볼 만한 매우 훌륭한 제도"라고 높이 평가했다.

 

매출 자료를 공개한 4개 기업 중 3곳에서 매출이 증가했으며, 1곳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모든 기업에서 직원들의 병가 및 개인 휴가 사용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이는 근무일수 감소가 오히려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건강 상태를 개선시켜 기업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를 모든 기업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마이클 샌더스 런던 킹스칼리지 공공정책 교수는 "실험에 참여한 기업들은 애초에 주 4일 근무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곳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이미 유연한 근무 환경을 갖추고 있거나 주 4일제에 호의적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주4일제 재단 측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서 진행된 실험들은 다양한 산업군의 수백 개 기업이 참여했고, 이들은 열의와 헌신의 수준이 제각기 달랐다"고 반박했다. 재단은 다양한 조건의 기업들에서도 주 4일제가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제도의 보편적 적용 가능성을 주장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주 4일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직장인 35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6.7%가 주 4일제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중 60.6%가 임금이 줄어들더라도 주 4일 근무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는 많은 직장인들이 더 나은 일-생활 균형을 위해 일정 부분 경제적 희생을 감수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의 실험 결과와 국내 직장인들의 높은 선호도를 고려할 때, 주 4일제는 단순한 근로시간 단축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과 직원 복지를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근무 패러다임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모든 산업과 기업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각 기업의 특성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