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 엄정 대응 기조를 세우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납북자 단체들의 무단 전단 살포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는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전 윤석열 정부 시절에는 통일부와 납북자 단체 문제에 대해 사실상 대화조차 어려웠다”며 “지금은 정부의 협조가 전례 없이 강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특히 통일부가 기존에는 전단 살포 문제에 무관심했지만 최근에는 직접 대책회의에 나서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6일 파주시에서도 관련 대책회의가 열렸으며,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를 지시하고 13일에는 파주시 통일촌을 방문해 시민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파주시는 납북자 단체의 전단 살포 활동이 반복되면서 지역사회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시장은 “단체들이 파주에 오면 시민들이 이를 저지하려 트랙터를 끌고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언론인, 경찰,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까지 몰려와 접경지역이 긴장 상태에 놓이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납북자 가족들의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파주시는 이 문제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재난안전법에 따라 파주시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전단을 살포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 시장은 “이 조항을 실제로 적용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특히 전단 살포에 사용되는 헬륨가스는 폭발 위험이 있어 위험물질로 간주된다”며 “이를 현장 반입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24시간 순찰 체제를 가동해 살포가 예상되는 지역에는 공무원들이 상시 대응하고, 경찰과 협조해 실질적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조치는 과거 윤석열 정부의 소극적 대응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다. 김 시장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의 전단 살포 사례를 언급하며, “그 당시에는 제가 직접 반바지를 입고 현장에 뛰어나가 제지해야 했고, 경찰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으며 군부대는 채증만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대응 의지를 보이며 기조가 전면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김 시장은 “정부 기조가 대결보다는 평화와 협력 쪽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통일부가 납북자 단체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장기적으로 남북 대화가 재개될 경우 이들 단체의 요구가 협상의 일부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을 통해 위헌 소지를 줄이고 전단 살포를 제도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 14건 가운데 13건이 전단 살포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대부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반영해 형벌 수위를 낮추고 신고제 등으로 운영 방식을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자체 개정안 제출 없이 이미 발의된 법안들의 처리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일부는 입법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대북전단 문제가 다시 위헌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입법적 완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2020년 개정된 남북관계발전법은 전단 살포 행위를 최대 3년 징역 또는 3천만 원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했으나, 2023년 9월 헌재는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고, 정부는 이를 보완해 헌재의 지적을 반영한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통일부는 향후에도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련 부처 회의를 지속 개최하고, 전단 살포 대응을 위한 현장 점검 및 법적 대응을 병행할 예정이다. 당국자는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회의 규모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전단 살포 억제와 시민 안전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