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해도 무용지물? 알츠하이머 부르는 뜻밖의 원인

 운동을 꾸준히 하더라도 일상 속에서 오랜 시간 앉거나 누워있는 생활 습관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미국 밴더빌트 대학 의료센터 연구진은 최근 좌식 생활과 알츠하이머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했다. 해당 연구는 2024년 5월 13일 발표됐으며, 알츠하이머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으로, 뇌에 쌓이는 비정상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에 의해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기억력, 인지 기능, 판단력 등에 영향을 준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현재, 알츠하이머에 대한 조기 예방 및 관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50세 이상 성인 남녀 404명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1주일 동안 활동량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해 일상 속 신체 활동 수준을 객관적으로 수집했다. 이후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참가자의 평균 운동량을 분석하고, 약 7년이 지난 뒤 이들의 인지 능력 테스트와 뇌 MRI를 진행해 신경 퇴행성 변화 여부를 비교 관찰했다.

 

 

 

연구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참가자의 약 90%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주 150분 이상 수준의 운동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긴 경우 인지 기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기억과 학습 능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해마(hippocampus)의 크기가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됐다. 해마는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뇌 영역으로, 이 부위의 위축은 치매 발병의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운동 여부와 무관하게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생활습관이 뇌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운동을 했는가'보다도 일상 속 활동성의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했다. 특히,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에 취약한 유전자인 아포리포단백질 E(apolipoprotein E, APOE) 보유자에게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이 유전자는 알츠하이머 고위험군을 분류할 때 자주 언급되는 요소 중 하나로,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좌식 생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앤젤라 제퍼슨(Angela Jefferson) 박사는 “단순히 주기적으로 운동하는 것만으로는 뇌 건강을 지킬 수 없다”며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중간중간 몸을 자주 움직이는 것이 알츠하이머 예방에 중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짧게라도 자주 일어나 걷거나 스트레칭하는 습관이 장기적으로는 인지기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운동 중심 예방 모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좌식 생활 자체가 독립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하루 30분의 운동을 했다 하더라도 나머지 시간을 대부분 앉아서 보내는 경우, 그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질환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질환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연구 결과는 일상 속 생활 습관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환기시키고 있다. 운동뿐 아니라 전체적인 신체 활동량을 높이는 생활 구조의 변화가 인지 건강을 지키는 데 핵심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 예방 전략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