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당 정면 비판 “강제 단일화는 자멸행위”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행보다. 경선에서 탈락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으로 깜짝 임명됐다. 그는 원래 10일 출국해 미국에 머물 예정이었으나, 김문수 후보의 선거 승리를 위해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선대위 합류를 결정했다. 캠프 측은 이 같은 결정을 통해 홍 전 시장이 선거 승리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50여 년 줄타기 관료 인생이 저렇게 허망하게 끝난다"며 "퇴장할 때 아름다워야 지나온 여정도 아름다운 법"이라고 썼다. 이어 "허욕에 들떠 탐욕 부리다가 퇴장당하면 남는 건 추함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부화뇌동 하는 놈들도 똑같다"고 비난했다.
안철수 의원 또한 이날 강제 단일화 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안 의원은 SNS를 통해 "단일화의 필요성에는 100% 공감하지만, 시간에 쫓기듯 후보가 아닌 지도부 주도로 이뤄지는 단일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한 후보를 향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단일화에 뛰어드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며 "후보 등록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은 명분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안 의원은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강제 단일화는 대선 패배로 가는 지름길일 뿐 아니라, 만약 패배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당권 투쟁의 명분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단일화는 정상적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문수 후보는 정당한 경선 과정을 통해 선출된 인물이며, 그를 부정하는 것은 곧 우리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나경원 의원도 '당헌 74조 2'의 특례 규정을 근거로 후보 교체를 거론하는 일부 움직임에 대해 "당헌·당규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나 의원은 "이 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해 선출된 후보를 흔드는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문수 후보의 '작심 발언'을 듣고 굳은 표정을 짓는 모습이 포착돼 지도부 내부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같은 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기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는 절박한 심정"이라며 "단일화와 빅텐트는 필수"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문수 후보에게 단일화를 요청한 배경을 밝혔다. 그는 "김 후보께서 직접 '5월 10일 이전 단일화'를 여러 차례 공언했기 때문에 지도부가 이를 요구한 것"이라며 "당 지도부는 당원과 의원들의 뜻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단일화를 둘러싼 논란은 경선이 끝난 이후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선출된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당의 결속이 오히려 더 큰 균열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 같은 내부 충돌이 자칫 본선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단일화 논의가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지, 국민의힘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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